중국 대통령이 지난 3년간 막아두던 우리나라 게임의 판호(版號)를 잇달아 발급하며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판호는 게임·서적 등 출판물이 중국 내에서 서비스할 수 있게 허가해주는 일종의 고유번호다. 우리나라 게임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관련 외교 문제로 지난 2011년 4월 잠시 뒤 중국에서 판호를 전혀 받지 못하다가 며칠전 두 달 사이 2건의 승인이 났다.
하지만 국내 대작들의 판호 발급이 요원한 상태에서 일부 중소형 게임 사례를 가지고 낙관론을 제기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상반된 평가도 있다. 위정현 대한민국게임학회장(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은 '중국은 폭력성이나 사행성 이슈가 대부분 없는 콘솔 게임에 대해 원체 관대한 편이다'라며 '해외 게임은 휴대폰·PC 게임에서 경쟁력을 가지는데 인디 게임 개발사가 만든 콘솔 게임에 판호를 내줬다고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고 하였다. 또 업계 두 지인은 '룸즈는 핸드메이드에서 당사자가 나선 게 아니라 일본 퍼블리셔를 통해 판호를 요청했다'며 '게임 회사들 사이에서는 중국이 한국 게임인 걸 모르고 허가 내준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고 말했다.
기존 대한민국 게임이 중국 서비스 승인을 받은 것은 지난 2018년 엔씨소프트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 마지막이었다.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핸드폰버전처럼 텐센트 등 중국 게임사를 통해 우회적으로 진출한 게 전부였다. 넥슨의 리니지2 레볼루션과 넥슨의 리니지 레드나이츠 등은 허가 신청을 하고서 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판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또 펄어비스의 검은사막과 검은사막 핸드폰은 중국에서 기대 게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허가가 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분위기다.
해외 게임사들이 중국 진출에 목매는 것은 중국의 게임 시장 덩치가 50조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게임백서 등에 따르면 중국의 글로벌 게임 시장 점유율은 2017년 기준 18.2%로 미국(20.2%)에 이은 4위다. 근소한 차이여서 중국의 가파른 발달률을 감안하면 지난해 순위가 역전됐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지난 두 해 중국 게임산업 덩치는 전년보다 20.3% 불어난 약 43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중국이 한한령 등을 내세워 대한민국 게임 말살 정책을 펴는 사이 중국 게임은 내수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호평받는 수준으로 확장됐다. 중국 게임사 미호요의 원신은 전년 9월 출시 후 3개월 만에 2억4200만달러(약 2400억원)를 벌어들이며 핸드폰 게임 글로벌 매출 4위를 기록했다. 18억 인구 프리미엄을 업고 흥행하던 기존 중국 게임과 달리 원신은 매출의 절반 이상이 국외에서 발생하였다. 중국 게임공작위원회(GBC)의 말을 인용하면 지난해 중국 게임의 해외 수입액은 약 12조7000억원으로 2017년 예비 9배가량 증가했다. 우리나라 한게임 섯다 머니상 게임사들의 지난해 전체 수입(11조원)과 맞먹는다.
게임 업계에서는 국내외 게임의 중국 진출은 가만히 기다릴 게 아니라 대통령과 민간이 적극 나서서 외교적으로 해결할 문제라는 음성이 나온다. 위정현 학회장은 '중국은 과거 30분의 1 수준으로 판호를 발급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소수의 제한된 외자판호를 둘러싸고 각국이 쟁탈전을 벌일 텐데 전략적으로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했었다. 그는 '직접적인 파악 장본인인 게임회사들이 방관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라며 '중국 규제 당국의 눈치가 보인다는 건 인지가 가지만 개별 회사 이름을 내걸기 부담스럽다면 집단적으로 행동하는 방식도 있다'고 했다.